양화진 성지 - 빚진자들의 순례길


이른 추위에 맘이 더 움추려드는것 같습니다. 아직 가을도 익숙하지 않은것 같은데 말이죠.

오늘은 움추러든 마음을 달래고자 멀지 않은 곳으로 하루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늘의 여행지는, 양화진 절두산순교 성지와 외국인선교사묘역 입니다.

서울지하철 2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합정역 7번출구에서 오늘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합정역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성지길' 이정표를 따라 천주교 성지 인 절두산성지를 출발을 했습니다. 차가 다니는 길이긴 하지만 울긋불긋 주변에 가로수들이 예쁘게 물들어가고 있는 길이라서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여행을 마치고 나오면서 알게 된것이지만, 이 '성지길' 쪽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 2호선이 지나는 당산철교를 따라가는 것이 더 간편한 길이었습니다. 


절두산 순교성지 바로가기


먼저 절두산 순교성지를 방문해 봅니다. 잘 정리되어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면 바로 절두산성지 입구를 만나게 됩니다.



절.두.산. 이름그대로 '머리를 절단한 산' 이라는 의미입니다.

절두산의 본래 이름은 '잠두봉' 이었습니다. 봉우리가 누에가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한강을 내려다 보기 좋은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입에 올리기에도 무시무시한 '절두산' 이 되었을까요?



1866년,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150년 전 '병인양요' 가 일어나 프랑스 함대가 양화나루까지 올라왔습니다. 이에 격분한 흥선대원군이 천주교 신자 1만여 명을 처형하게 되는 '병인박해' 가 일어납니다. 당시 천주교 신자들을 잡아 처형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에 그 후로 이곳을 '절두산' 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일생에 꼭 한번은 방문을 해야 하는 '성지' 가 되었지만, 분명 우리 역사에 비극적인 순간을 담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절두산 순교성지 입니다.



입구에 위치한 한국순교성인시성 기념교육관을 지나 내부로 들어오면 오른쪽 언덕길 위 잠두봉 언덕위에 병인박해 100주년 기념성당이 있고, 왼쪽에는 성요한바오로 2세 교황의 동상이 위치해 있습니다. 동상옆에 적혀있는 안내글을 보니, 벌써 선종하신지 10년이 넘었네요.



잠두봉 위쪽으로 올라가 봅니다. 100주년 기념성당과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제법 가파르게 되어있어서 숨이 좀 가쁘기도 합니다만, 막상 위쪽, 성당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 보니 작은 숨소리도 내서는 안될만큼 경건한 분위기였습니다. 바로 옆 박물관에서도 전시회가 있었는데,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표지가 있어서 촬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성당에서 내려와 성요한바오로 2세 교황상을 지나면 김대건 신부상이 있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로마 카톨릭 사제이자 순교자 입니다. 입구에서 김대건 신부상까지 잘 정돈된 십자가 모양의 길이 놓여져 있습니다.

이 김대건 신부상을 둘러싸고 있는 숲속 산책로에는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절두산 척화비 - 흥선대원군이 세운 200여 척화비 중 한 곳이다.>


절두산 순교성지를 나와 당산철교 건너편쪽에 위치한 외국인선교사묘역 쪽으로 향합니다. 합정역까지 지하로 운행되는 2호선은 한강을 넘으면서는 철교위로 다니게 되는데, 그 철교 건너편에 바로 외국인선교사묘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앞쪽에 위치한 양화진 성지공원을 지나면 바로 앞에 한국기독교 선교기념관이 있습니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역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문의를 하려고 했는데, 안내센터는 이 건물 뒤쪽에 별도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선교기념관과 양화진홍보관 100주년 기념교회 사이의 길 앞쪽에 안내센터가 있습니다. 안내센터에는 국문 안내서를 비롯해, 영문, 중문 등으로 번역된 안내서들도 비치되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선교사묘역은 417기(2016년 11월 기준)의 선교사와 그 가족들의 묘소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역만리 먼 타국에서 헌신을 아끼지 않으셨던 선교사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곳곳으로 선교사를 파송하는 나라가 되었는데, 당시의 선교사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니, 왠지 마음 속 한쪽이 더 애잔해져 옵니다.



묘역 한쪽으로 작은 비속들이 모여있는 곳 입니다. 이 곳 묘비들은 선교사의 자녀들의 묘비들입니다. 작은 묘비에는 출생일과 사망일이 기록되어 있는데 출생후 몇개월 있지 못하고 사망한 아이들, 심지어 출생일과 사망일이 같은 묘비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어린 자녀를 먼 타향에 뭍어둘 수 밖에 없었던 선교사들의 심정을 헤아려 봅니다.



언더우드 (원두우 H. G. Underwood 1859~1916) 선교사 가족묘역 입니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한국선교의 개척자 이자, 3대에 걸쳐 한국선교를 위해 헌신한 대표적인 외국인 선교사 입니다. 연세대학교(조선기독교대학) 를 설립한 것으로도 유명한 분입니다.



이렇게 서울 도심 한복판에 전혀 다른 모습의 묘역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 처럼 느껴집니다. 합정역 부근은 신촌이나 홍대를 오가면서 매번 지나던 곳이었는데 말이죠. 너무 가까워서 몰랐던 것이었을까요? 알고는 있었지만, 아주 특별해서 오히려 좀 낯설었던 곳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을의 양화진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 방문객의 숫자를 제하하고 있기 때문에 토요일등 방문객 숫자가 많은 경우에는 입장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 하루 4번 묘원안내를 신청하면 자원봉사자들로 부터 자세한 묘원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요일에는 묘원을 개방하지 않습니다.)



양화진 성지는 한강공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강 건너 남쪽으로는 선유도공원과 조금 옆으로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물도 보입니다.

망원한강공원과 가까워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망원 제3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한강공원과 절두산 순교성지, 영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 등을 하루여행 하기에 좋습니다.


절두산 순교성지와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내에는 매점이나 편의점이 따로 없습니다. 간단한 간식거리나 작은 물통 하나 정도를 방문전 미리 챙겨서 오시면 편리합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빚진자의 심정으로 다녀온 하루여행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