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사고 그리고 소래포구 어시장 이야기


4월초 한낮의 날씨는 단연코 국대급 날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이 오른 나무들과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들이 저마다의 생기를 뽑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일 미세먼지 소식으로 TV 에서는 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그래도 봄은 봄입니다.


휴일 오후, 갑작스레 생긴 일정으로 인천 논현동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히 일정을 마치게 되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소래포구에 있는 어시장을 방문해 봅니다. 애초에 계획이 되었던 일정이 아니긴 했지만, 하루여행이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갑자기 떠나고, 생각날 때 찾아가는 것이니까요.



한가지 걱정이 되었던 것은, 얼마전 소래포구어시장에서 있었던 대형 화재 사건이었습니다. 큰 불로 인해서 어시장 상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하던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한 마음으로 소래포구쪽으로 방향을 잡아 봅니다.



소래포구는 어시장 외에도 우리나라 근대역사에 흔적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소래와 이곳 포구 어시장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소래역사관과 수인선 협궤열차, 철교 그리고 장도포대 등이 그것인데요. 소래포구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이곳에서의 인증샷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후 늦게 수변광장쪽에서 만나게 되는 노을빛 하늘도 추천할만 합니다.



벌써 보름전 일이 되었네요. 소래포구 어시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서 상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화재로 인해 소래포구 어시장의 4~50% 정도가 소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정리가 되어있어 화재의 흔적 자체는 많이 지워졌지만, 한켠에 세워진 화재 비상대책본부 천막이 이곳 상인들의 절박한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오늘 같은 봄바람 부는 휴일날이면 시장 골목 빼곡히 손님들고 시끌시끌했을 장터와 상가건물이 휑한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습니다. 일부는 안전펜스로 가려져 있어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그정도로 가려질 상처는 아닌것 같습니다.


<간이 천막으로 만들어진 '화재비상 대책본부'>


평소 휴일보다는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숫자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았습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염려반, 기대반의 생각, 뭐 그런...!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망연자실 하고 있을것으로만 생각하며 염려했던 마음이 기우였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여러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책본부 천막 앞으로 다시 좌판을 열고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손짓하는 이곳 소래포구어시장의 상인들의 모습이 참 정겨워 보입니다. 화재로 바닥은 울퉁불퉁하고 전기시설도 변변치 않은 상황이지만, 상인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잠재울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한쪽에서는 조속한 복구를 촉구하는 시민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고, 그 사이사이 다시 활력을 찾아가는 상인들과 흥정하는 손님들의 웃음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오곤 합니다.



다행히 화마가 피해간 시장 입구쪽은 여전히 그 활기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건어물을 취급하는 장도포대지 쪽 시장 골목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미역국에 넣고 끓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맛이 좋다는 조개를 만원어치 사 들었습니다. 옆집 아주머니는 오늘 갈치가 좋다고 자꾸 권하기도 했지만, 큰 장을 볼 계획은 아니었기 때문에 조개를 담아 넣은 봉지만 집어 듭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걸음을 멈췄던 젓갈 가게 앞에서 결국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새우젓, 오징어젓을 한통씩 구입을 했습니다.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분명 중간크기 통에 한통을 달라고 했는데, 더 큰 통을 꺼내 젓갈을 담아주시는 주인 아주머니께서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맙다' 고 인사를 합니다. 물건을 사줘서가 아니라, 찾아와줘서 고맙다는 그 인사가 마음속에 남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가끔은 긴 여운을 남기는 때가 있습니다. 일정에도 없었던, 그리고 작지 않은 염려를 마음 한쪽 구석에 담아두고 찾아갔던 소래포구어시장과 그곳의 상인들의 모습이 어느때보다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시장과 상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그 후로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어느정도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화재로 소실된 지역은 아직 복구가 안된 상태이긴 합니다)


시장을 나오며 잠깐 얘기를 나눴던 상인아주머니를 통해 소래포구에 있었던 세번의 큰 화재 사고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불이나 가게를 잃는 것 보다, 그 탓에 손님을 잃는 것이 더 큰 일이라고 하시는 얘기 속에 그곳 상인들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서운 겨울의 찬바람을 온전히 이겨내고 한낮에는 겉옷을 벗어 들어야 할 만큼 날씨가 좋습니다.

이곳 소래포구 어시장에도 그런 봄이 빨리 찾아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